2010년 12월 20일 월요일

dk님의 이야기

난 음악적으로 한받씨의 팬이다.

낭만으로 치면 이 대구 소년을 따라갈자가 없다.

아직도 대구 사투리로 말하며 아직도 80년대 댄스를 춘다.

그를 처음 본건 쌈지 공연때였다.

그땐 아마츄어 증폭기였다.

보자 마자 반했다.

음악이 너무 독특하고 독창적이고 느므느므 재밌었다.

솔직하고 웃긴데 시적인 요소와 지금 사라진 향수를 느끼게 하는 낭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단순하고 쉬웠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거 아냐.

그날 공연이 끝나고 집에 갈때 안개가 자욱해서 거리가 한치 앞도 안보였다.

밤이라 어두운데 안개는 더 잘 보였다.

홍대 밤거리의 불빛까지 뿌옇게 만들던 안개를 뒤집어 쓰고 마리한이랑 한받씨랑 함께 걸었다.

난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한받씨도 그때 그 느낌을 수성랜드 앨범에 담긴 노래에 담았다.

두 번째 한받씨를 만난건 상수역 횟집에서 였는데 내가 한받씨 팬이라고 자랑했다.

그리고 음악의 느낌을 말해줬는데 참 진지하게 들어줬다.

속에 지푸라기가 들었을거 같은 미소로 웃었다.

웃으면 앞니가 다 빠진게 보여서 더 허수아비같았다.

술먹고 넘어져서? 싸워서? 빠진 이라고 그랬는데 지금은 앞니 빠진 모습을 볼 수 없다.

새로 다 갈았기 때문이다.

이빨 빠진 한받씨가 보고 싶다.

그 이빨로 [얼빵한 나]를 부르면 참 잘 어울릴텐데....

난 아마츄어 증폭기의 초중기 음악이 좋다.

솔직히 수성랜드는 이전만 못하다.

극좌표때는 세상을 풍자하고 자신을 비웃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이국에서 날라온 선원처럼 느껴졌다.

소년중앙때는 왜 공연때 들려줬던 그 명곡들을 수록하지 않은거지 하고 의아했다.

수성랜드는 수많은 아마츄어 증폭기의 명곡을 제치고 수많은 아마츄어 증폭기의 두번째로 좋은 곡들이 담겨 있었다.

아..어딘가에 수성랜드 앨범이 있는데... 마리한네 집에 두고 온 것 같다.

듣고 싶다.

락음악을 하려면 영원히 철이 들어서는 안된다.

철드는 순간 음악이 혼미해져 버린다.

홍대의 라커들이여 영원히 철들지 마라.

-덕경

작성일2010.02.13 14:17

댓글 2개:

  1. 저도 극좌표 앨범이 가장 좋습니다.

    제 마음과 꼭 같은 글! 잘봤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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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hannah - 2010/12/23 05:01
    감사합니다. 다른 분의 의견을 믿어서 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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