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일 월요일

2005년 4월 10일 경향신문 인터뷰

[피플]“의미없음 어때, 맘이 통하는데”
[경향신문 2005-04-10 16:06]    

아마추어 증폭기(amature amplifier). 이름부터 범상찮다.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해방구인 서울 홍대앞 프리마켓을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홍대앞 거리와 클럽에서 음유시인처럼 읊조리는 그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복장도 심상찮다. 얼굴 절반을 덮는 헝클어진 가발, 색색의 화려한 남방과 잠옷 같은 가디건, 반바지에 스타킹과 운동화까지. 부조화의 극치다.

노래말과 멜로디도 간단치 않다. 단순한 선율의 반복과 철학적 가사의 읊조림은 쉽게 질릴 것 같으면서도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자칫하면 음악적인 난해함으로 귀결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순함을 ‘증폭’시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이 모든 것이 인디밴드 공연을 위한 의도적 설정으로 귀결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아마추어 증폭기’로 활동하는 한받씨(31)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냥’ 하는 거다. ‘의미없음’이 서로 공명을 일으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대 구의 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곧바로 전공 선택을 후회했다. 진정 하고 싶었던 것은 영화제작과 음악. 1996년부터 기타 를 치면서 음악을 준비했다. 영화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포기하고 혼자 제작해 지금까지 20여편의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길거리 공연의 모티브를 얻은 건 2000년. 당시 벤처회사에 취직을 해 환경관련 영화제작을 담당했는데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중국으로 도피했다.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도착한 상하이. 그는 인민광장 한가운데서 ‘한국말’로 공연을 시작했다. “주로 새벽에 공연을 했는데 노숙자와 가출소년들이 모여들더군요. 제 노래를 듣고 일부는 울먹이기까지 했어요.”

상하이와 광저우, 홍콩 등지에서 성공적인 중국 투어공연를 마치고 한달 만에 귀국했다. 말이 안 통해도 음악으로 공감할 수 있음을 깨닫고 길거리 공연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2001 년 자취방에서 기타를 치다 자신의 노래에 감격해 운 뒤 1인밴드 ‘아마추어 증폭기’를 결성했다. “‘아마추어 증폭기’란 이름은 바 로 생각나 지은 거예요. amtuer와 달리 amature는 그야말로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만든 포르노그라피란 의미를 담고 있 죠. 역시 별 의미는 없어요. 재밌잖아요. 흐흐흐.”

자신의 영화와 노래를 ‘마이너속의 비주류속의 마이너’로 규정하 는 그는 조만간 영화작품 회고전을 열 계획이다. 그동안 23편 제작했는데 평균 제작비는 5만원 정도. 수상하거나 대중에게 알려 진 작품은 물론 아직 없다. 음악을 시작한 것도 영화음악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랄 정도로 영화에 애정이 많은 그는 조만간 ‘작 품’ 하나 제대로 만들 계획이다.

“가수로서의 개인적인 바람은 김광석의 라이브 공연횟수 1,000회를 뛰어넘는 거예요. 현재 150회 정도 했는데 수년 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그 이후엔 영화 제작에만 몰두해야죠.”


이번주에도 홍대 근처에 가 보면 ‘의미없음’을 모티브로 음악을 읊조리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참, 그는 아버지가 지어준 ‘한받’이란 이름의 의미를 아직까지 모른다. ㅋㅋㅋ.

〈글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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