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일 월요일

2005년 8월 24일 프린지페스티벌 인터뷰

'아니요 내가 바로 우주인걸요' 아마추어 증폭기
2005/08/24 오후 11:58 | 서울프린지2005 | [hwa_onvacation]

 

늦 은 화 요일 밤. 로베르네 집에서 그의 공연이 있었다. 그의 공연은 콩트가 되기에는 너무 진지했고 그의 행위는 과장되지 않았다. 그래 서 감상하는 무리들은 차마 크게 웃지 못하고 마치 그를 이해하는 냥 로베르네의 붉은 조명 아래, 심하게 흔들리는 눈빛을 감춰야 만 했다. 그 와중에 데일리는 뒤쪽에 서서 그윽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주 예쁜 한 여자를 발견했다. 아마도 그녀가 그의 여자친 구임을 확신하며, 데일리는 계획한 취중 인터뷰가 무산되리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진짜 비극일 텐데. 셰익스피어 의 4대비극보다 더 지독한.

결 과적으로 그 예쁜 여자는 그의 여자친구가 아니었지만 그는 술을 끊었다고 했다. 우리 의 취중 인터뷰는 무산되었지만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진행된 인터뷰는 그에 못지않은 결과를 낳았다. 약간의 편집을 가하려 고 했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대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여름에 하얀색 굵은 폴라 스웨터를 입고 나타난 그와의 정신없는 인 터뷰, 즐겨보자.


프린지 데일리(이하 데일리): 공연 때 마다 의상이 독특하다. 컨셉이 있는가.


아마추어 증폭기(이하 증폭기): 주요 컨셉은 없다. 그냥 색깔이나 모양등 시각적으로 튀는 것을 입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데일리: 아마추어증폭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증 폭 기: 아마추어는 포르노의 하위 장르다. 증폭기는 내가 학교 다닐 때 전공이 전자공학이어서 증폭기를 많이 배웠다. 어느 순간 에 두 단어가 조합이 되면서 자체가 주는 느낌이 좋아서 쓴다. 아마추어 증폭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은 2003년부터이다.


데일리: 다른 직업도 가지고 있으면서도 공연을 자주한다. 힘들지 않은가.


증 폭 기: 2003,2004년에는 엄청 많이 했다. 밴드 활동도 하고 있었고.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덜 하고 있는 편이다. 그냥 돌아간 다. 사람이 기계라고 한다면 그냥 돌아가고 있는 순간에 나오는 느낌, 그럴 때 기분이 좋다. 가만히 있으면 우울해진다. 그래서 뭔 가 일을 더 벌이려고 한다.


데일리: 한예종 영상원에 있는 걸로 아는데 영화작업도 하는가.


증 폭 기: 단편영화를 찍고 있다. 단편영화는 거의 몇 년간 못 만들다가 오랜만에 만들고 있다. 그간 음악활동을 하느라. 고등학교 때부 터 단편영화작업을 했었고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9월 24일 토요일에 빵에서 회고전을 한다. 원래 계획은 20대중반에 출국기념 회 고전을 할 생각이었다.




데일리: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했나.


증 폭기: 기타 를 처음 잡은 것은 1996년도이다. 내가 만든 영화에 음악을 직접 만들어 보자는 의도로 만들었다. 양희은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을 듣고 다음날 바로 노래를 만들었다.(양희은의 곡인지는 분명치 않다.) 음악 공연을 1000회 이상하는게 목표다. 지금 163 회 정도 한 것 같다. 웃기지 않나.


데일리: 가사들이 소소한 일상의 나열로 이루어진다. 애써 심오하지 않으려 하는데 오히려 느낌이 독특하다.


증 폭 기: 나는 일체의 심오함을 부정한다. 쉽게, 길가다 떠오르는 것들, 보통은 기타치면서 떠오르는 말들을 가사로 만든다.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진지한 것들의 무게감이 싫다. 가끔 내가 내 가사를 듣고 찡할때가 많다. 예를 들면 그랑프리 같은 경우 엄마 와 아들의 대화를 가사로 한건데 맨끝에 이런 말이 나온다. 쓸데없는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내리는 이 비와 현재를 감상하자. 내 가 만들었지만 감동이다. 자아도취가 강한 편이다.

데일리: 나름대로 진지하게 노래를 부르지만 상황이 웃기다. 가사라든지, 넣는 음이라든지. 관객들은 그 상황이 희극적이지만 진지함에 눌려 웃지 못한다. 어떤가.


증폭기: 진지함에 억눌리면서도 희끗희끗 나오는 일상적인 유머를 즐기기를 바란다. 완전히 즐겼으면 좋겠다. 진지한 것은 없다. 유쾌함에 몸을 담구고 뿅뿅 춤을 춘다든지. 울어도 괜찮다.


데일리: 공연하면서 그런 관객들을 볼때 어떤가.


증폭기: 내 공연이 장난으로 보이는가.(웃음) 농담이다. 너무 귀엽다.


데일리: 음흉한게 아닌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관객을 귀엽다고 하다니.


증폭기: 미안하다. 나는 그걸 즐기고 있다.


데일리: 곡을 언제 쓰는 편인가.


증 폭 기: 공연 가기 전, 연습삼아 치다가 노래를 즉흥으로 만들고, 벤치에서도 만들고 한다. 내가 자주 찾아가는 아지트에 가서 길어오 는 느낌도 있다. 음악의 여신이 사람들 위를 돌아다니다가 내 위에 왔을 때 똥을 누듯이 내 머리와 접촉했을 때 만든다. 공연하 는 순간에 즉흥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 노래는 휘발성이다. TP3 같은 매체에 빨리 녹음을 해놔야 한다. 가사는 기록해 놓지만 나머지는 다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 내가 죽으면 내 음악은 그대로 묻혀진다. 죽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데일리: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가.


증 폭 기: 나는 책에 중독되어 있다. 예전에는 술, 커피, 질료 포도주에 중독 되어있었다. 그걸 다 끊고 지금은 책에 중독 되어 있 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책을 빌리고 갖다 주는 것에 중독 되어 있다. 마포, 서대문, 동대문, 도봉, 학교 도서관, 종로, 용 산, 남산. 거의 모든 도서관을 섭렵하고 있다. 주말마다 도서관 투어를 한다. 일종의 여행이다. 책을 보는 것도 여행이다.




데일리: 클럽 빵에서 공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증폭기: 빵은 즉흥적 공연이 힘들다. 형식이 있기 때문에. 빵에 귀신이 있다. 그 귀신이 즉흥으로 공연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오시는 분들도 조용하고 내성적이기 때문에 내가 과격하게 하면 울지도 모른다.


데일리: 그 귀신은 어떤 귀신인가.


증폭기: 모르겠다. 가끔 내가 노래할 때 내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기도 한다. 귀신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미쳐버릴 것이다. 아마 조만간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신에게 밑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데일리: 프린지에 2003년부터 봤었다. 계속 참여하는데 어떤가.


증 폭 기: 확장되면서 깎이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 이야기 하면 처음 빵에서 공연할 때 놀이터에서 빵으로 공간이 확장되 면서, 나는 축제가 변방에서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는 거리전체로 축제가 확장되면서 축제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 다. 올해는 그런 느낌이 적다. 하지만 정리되는 느낌이다.


데일리: 작년에 프린지에서 공연할 때 스태프들이 밑에서 양파를 던지던데 왜 던지는 건가.


증 폭 기: 내가 주문했다. 양파 배추 등 맞으면 아프지 않은 걸로. 내 음악이 형편없으니까, 내가 내 음악을 과소평가 하다보니 관객들 의 야유를 받고 싶다.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그런 식으로라도 반응을 느끼고 싶다. 자취하고 있어서 양파는 먹으려고 가져왔 다. 반찬으로 몇 달 동안 먹었다.


데일리: 프린지의 매력이 있다면.


증폭기: 날 것의 기분이 있다. 파닥 파닥인다. 파닥 파닥인다. 파닥 파닥인다. 저기서 파닥파닥 여기서 파닥파닥. 이런 느낌이 좋다. 이런 느낌을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커지면서 잃는 것들에 대해서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데일리: 마지막으로 프린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증 폭 기: 프린지 많이 응원해 달라. 나도 응원해 달라. 내 공연할 때 양파, 배추, 이런 거 단단하지 않은 걸로, 이번에도 던져주시 면, 먹을 수 있는 걸로 던져주면 잘 먹겠다. 프린지에서도 나 외에 신기하고 재밌고 푸릇푸릇한 공연 많을 테니 즐기기 바란다.


데 일 리가 감자, 계란을 쪄서 공연할 때 굴리면 어떤가. 라고 질문하자. 그는 자기가 맞는 게 중요하며, 맞을 때 관객과 관계가 형성된 다고 말했다. 그래서 집요한 데일리가 그 관계는 어떤 관계냐고 꼬치꼬치 묻자 그 왈. “ 몸서리쳐지는 관계” 그리고 “ 그 관계 는 비밀이다”

그 의 공연은 스테이지 잔잔에서 오늘과 토요일 9시에 있다. 양파, 배추를 들고,  맞았을 때 아프 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들고 아마추어 증폭기의 공연을 보러 가자. 신나게 그를 맞추면서 그 순간, 그와 내가 무슨 관계인 지. 생각해 보자. 빵귀신이 나와서 그의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음악의 여신이 그의 머리에 앉아 똥을 누기를 응원하며 공연을 즐기 자.


프린지 데일리 한은화(ehonvacation@naver.com) 이동희(missing72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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